길을 가다보면 '항운병원', '모커리의원' 등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름의 병원들이 있다.
알고보니 이 이름들은 의료법을 교묘히 피하기 위한 병원들의 꼼수였다.
현행 의료법상 특정 질병이나 특정 신체부위를 진료과목으로 알리는 병원 이름은 불법이다.
즉 항문외과나 유방학과 역시 의료법 위반에 해당된다.
다른 전문의에 비해 훨씬 더 해당 분야에 전문성이 검증된 것 같은 오해를 소비자에게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갑상선내과 등도 쓸 수 없다.
단 이비인후과, 흉부외과 등 일반적으로 정해진 전문과목 이름에 속하는 경우는 제외한다.
이에 따라 간판에 표시할 수 있는 진료과목은 일반내과, 신경과, 정신과, 일반외과 정형외과, 신경외과, 흉부외과, 성형외과, 마취과, 산부인과, 소아과, 안과, 이비인후과, 피부과, 비뇨기과, 진단방사선과, 치료방사선과, 해부병리과, 임상병리과, 재활의학과, 가정의학과, 핵의학과, 직업환경의학과, 응급의학과 등이다.
하지만 병원에서는 소비자들이 더 쉽게 진료과목을 더 쉽게 이해하고 찾아올 수 있는 이름을 쓰고 싶었다.
이에 항문외과 대신 향문외과, 항분외과, 학문외과, 창문외과, 항운병원, 홍문외과, 황문외과 등 발음이 유사하면서 그 뜻을 알 듯 말 듯하게 지은 것이다.
'목가슴'을 '목과슴', '탈모'를 '탈모드', '어깨·목'을 '어목깨', '목·허리'는 '모커리' 등 창의력이 폭발한 이름들도 다수 있다.
또 글씨체를 교묘하게 사용해 'ㄱ'을 둥글게 써서 '학'이지만 마치 '항'인 것처럼 간판을 단 경우도 있다.
다만 특정 부위를 병원 이름으로 사용할 수 있는 예외 규정이 한가지가 있는데 바로 개업한 의사의 이름이 곧 특정 부위 이름일 경우다.
예를 들어 의사 본명이 김항문일 경우 김항문외과로 이름을 사용할 수 있다.
이런 기형적인 병원명은 웃음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일부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누리꾼은 "손을 다쳤는데 외과라고 하면 겉으로 다친 건 다 치료해줄 줄 알아서 창문외과에 갔다가 항문치료만 한대서 되돌아나올 수 밖에 없었다"고 황당한 경험을 털어놓기도 했다.
ⓒ오펀 (www.ohfun.net)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ohfu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