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계를 흔들었던 이른바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항소심에서 남긴 말이 주목받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3부(조영철 부잔판사)심리로 19일 열린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김 전 실장은 "경위를 불문하고 지휘관으로 책임을 통감한다"며 "고통받으신 분들에게 거듭 사죄의 말씀을 드리고 용서를 구한다"고 최후 진술에서 말했다.
그는 "북한과 종북세력으로부터 이 나라를 지키는 것이 공직자의 사명이라고 생각해 왔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제가 가진 생각이 결코 틀린 생각은 아니라고 믿지만, 북한 문제나 종북 세력문제로 인한 위험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라며 "본인을 비롯해 모든 피고인이 결코 사리사욕이나 이권을 도모한 것은 아니고 자유민주주의 수호란 헌법적 가치를 위해 애국심을 갖고 성실히 직무수행을 하다가 벌어진 일이라는데 한 치의 의심도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런 행위가 법적 문제가 돼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 비서실장인 저에게 책임을 물어주시고 나머지 관계자들에게는 정상 참작해 최대한 관용을 베풀어달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남은 소망은 늙은 아내와 식물인간으로 4년간 병석에 누워 있는 아들의 손을 다시 한 번 잡아주는 것"이라며 눈물로 선처를 호소했다.
이 말을 접한 누리꾼들은 "블랙리스트에 있던 사람들은 그렇게 만들어 놓고 아들 보고싶다고 선처하냐", "그 사람들의 심정은 한 번이라도 헤아려 봤는지.. 아들 팔지 말았으면", "본인 아들은 귀하고 죽어나간 국민들은 귀하지 않냐"며 김기춘의 선처에 대해 질타를 보냈다.
한편,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김 전 실장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김 전 실장은 블랙리스트를 작성 및 관리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선고 공판은 내년 1월 23일 오전 10시 30분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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