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고등학교 교사가 동료 교사의 따돌림으로 힘들었다는 유서 한 장을 남기고 전북 익산의 한 아파트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5일 노컷뉴스는 숨진 교사 A(53)씨가 "일부 교사들에게 왕따와 집단 따돌림을 당했다"는 유족의 주장과 함께 A씨 휴대전화에서 발견된 통화녹음 내용을 공개했다.
동료 교사와의 대화가 담긴 이 통화내역은 모두 지난해 녹음된 것으로, 이들은 매번 쌍방 간에 욕설을 하거나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대화를 이어갔다.
매체가 공개한 통화내용을 살펴보면 A씨가 "나 완전히 X신 돼버렸어요. 내부결재 했는데 아침에 갑자기 바뀌니까 당황스럽고. 근데 왜 '야, 야' 거려요. 저도 나이가 52살이에요"라고 말한다.
그러자 동료 교사는 "야, 인마 52살 처먹었으면 XX, 똑바로 해"라고 답했다.
이어 A씨가 "아니 선생님이 학부형한테 민원, 그렇게 따지라는 식으로 얘기하면 안 돼요. 제가 녹음해 놨다니까요"라고 말하자 상대방 동료는 "예 녹음하세요. 알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투신한 A씨 품에 들어있던 유서도 공개됐다. 유서에는 "OOO(동료 교사 실명) 때문에 죽는다→너 , 인생 그렇게 살지마라"라고 적혀 있었다.
아울러 A씨는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교장, 교감 선생님 죄송합니다. 학교에 누를 끼쳐 죄송합니다. 제가 무능해서 직장생활이 힘드네요"라고 적어 그동안 학교 생활에서 고충이 있었음을 드러냈다.
유족은 A씨가 수년간 지속적으로 동료 교사에게 괴롭힘을 당해왔으며, 그동안 다른 학교로 옮길 수 없는 처지여서 제대로 저항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A씨는 앞서 지난해 6월 유족에게 동료교사가 괴롭힌다며 하소연하기도 했다. 당시 유족은 교장과 교감에게 개인 면담을 해보라고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유족은 학교 재단이 사건을 알고도 방치하고 있다며 진실 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A씨가 "몇 년 전에는 학교에 돈이 없다고 위에서 요구해 (A씨가) 500만원인가를 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망인과 가족 뿐 아니라 애들을 가르치는 교육현장에서 앞으로 이런 일이 또 있으면 안 되니 진실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고 거듭 호소했다.
현재 해당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익산 경찰서 측은 "자살사건 임은 명백하나 유서에 괴롭힘과 관련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어 추가적인 수사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1일 오전 11시 34분께 전북 익산시 황등면의 한 아파트에서 교사 A씨가 투신해 숨졌다.
사건 당일 A씨는 학교에 출근했다가 오전 10시께 자신의 차량을 몰고 학교를 빠져나왔다.
목숨을 끊기 전 한 시간 반 동안 A씨는 아내에게 미안하다는 문자를 보냈으며, 또 다른 동료 교사에게 '그동안 잘해줘서 고맙다. 아내를 잘 돌봐달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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